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미령 시인 / 측정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

김미령 시인 / 측정

 

 

  모래가 더 부어졌다

  파도가 모래를 세려고 하자 모래가 더 부어졌다

  코를 만지려고 하자 코가 더 부어졌다

  코의 규모가 아니고 위치 때문이지만

 

  너는 이해를 못하고 다시 위를 쌓는다

  위는 위가 되지 못하고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너는 다시 의심을 붓는다

  바깥을 끌어모은다

  바깥이 계속 솟아난다

 

  제자리에서 제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답할 새도 없이 질문이 가해진다

  테두리에 배꼽이 내려가 있다

  배꼽이 조금씩 떠내려간다

 

  중언부언이 테이블 위를 밟는다

  다지려던 발자국이 구구구 흩어진다

  얼마나 늘어났는지 측정할 수 없다

  측정하려는 습관을 측정할 수 없다

  얼굴의 높이를 발바닥은 모른다

 

  귀가 파묻히고

  코가 파묻히고

  몸통은 이미 뒤로 돌아가 있지만

  손이 손을 불러 모은다

 

  파도를 먹이려고

  길가의 소음들을 먹이려고

  먼 곳을 돌아 배꼽이

  다시 그 자리로 오기까지

 

계간 『시산맥』 2014년 겨울호 발표

 

 


 

 

김미령 시인 / 장대 너머

 

 

장대는 나의 장애. 무리를 하면 넘을 수 있다. 무리는 무리지어 이마 위를 압도한다. 장대 아래는 나의 미래. 당도한 질문이 당돌해진다. 의도가 의심스러워지고 시도가 엎질러진다. 수평은 순간을 타이를 수 있다. 넘어짐에 대해 눈동자 아래 각주를 달 수 있다. 약간의 파도를 불러올 수 있다. 아래 위를 희롱하는 작은 날개를 볼 수 있다. 물이 무리의 가장 아래에 흐른다. 공중이 제비를 날린다. 제비가 공중을 오르자 장대는 성냥개비가 된다. 무관심들이 무리지어 앞으로 지나간다. 배고프니까 자야겠다거나 잠 오니까 먹어야겠다고 말한다. 무관심이 매트처럼 푹신해질 때 장대의 감정이 곧아진다. 장대 아래 신발들이 야유처럼 흩어져있다. 바람이 장대를 흔든다. 기준이 납작해진다. 납작해진 기준은 더 감당할 수 없다. 장대 너머는 장대 아래가 된다. 나에겐 장애의 역사가 있다.

 

계간 『시산맥』 2014년 겨울호 발표

 

 


 

김미령 시인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