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운 시인 / 무궁화 열차
절실하지 않아도 이별은 쓸쓸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느린 강물 같은 기차. 철컥철컥 마음을 흔듭니다. 비행장도 ktx도 없는 안동역. 갑자기 술래가 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뒤 돌아봅니다.
텅 빈 객실, 어디에 숨어야할까요. 철커덕철커덕 창밖의 풍경만 무심히 쳐 냅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사람보다도 더 외로운 기차.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 하나가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 갑니다. 차창 밖 나비의 눈썹 끝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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