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송희 시인 / 빨대를 꽂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9.

이송희 시인 / 빨대를 꽂다

 

 

누군가 내 몸에

빨대를 꽂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스르르

 

다 빨린 주스 팩 하나

양 볼이 홀쭉하다.

 

가죽만 남은 몸에 꽂혀 있는 빨대가

 

허공을 빨아들인다,

빈 욕망에 고독을.

 

내 몸을 빨아들였던

당신들이 빨려든다.

 

물기를 다 털리고 버려지는 이름들.

 

바람에,

물결에 실려,

떠도는 곳마다

 

빈 빨대 화살이 되어

온몸에 박힌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이송희 시인

2003년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 『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평론집 『눈물로 읽는 사서함』, 『아달린의 방』, 『길 위의 문장』, 『경계의 시학』 등이 있음.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지원금과 아르코창작기금 받음,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과 오늘의시조시인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