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인 / 빨대를 꽂다
누군가 내 몸에 빨대를 꽂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스르르
다 빨린 주스 팩 하나 양 볼이 홀쭉하다.
가죽만 남은 몸에 꽂혀 있는 빨대가
허공을 빨아들인다, 빈 욕망에 고독을.
내 몸을 빨아들였던 당신들이 빨려든다.
물기를 다 털리고 버려지는 이름들.
바람에, 물결에 실려, 떠도는 곳마다
빈 빨대 화살이 되어 온몸에 박힌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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