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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미영 시인 / 새로운 유파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9.

강미영 시인 / 새로운 유파

 

 

시간은 새로운 영역에서 단단한 근육으로 흐른다.

 

너를 위해 가을이 왔다.

매년 매번 가을이 왔다.

죽음은 그렇게 쉽게 왔다 무너지고 피었다.

 

너를 위해 기차를 탔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것은 박하사탕

벗어놓은 구두는 한없이 편안하다.

 

어떤 가수의 노래는 자주 듣지만 외우지 못했다 너를 위해.

헤어지는 것도 연습해야 된다고 한다 너를 위해.

생활을 위해서라면 망각조차도 잊어야 된다고

질문도 없고 문학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별의 무게 앞에서.

 

신파는 아니고 심판 없는 시판도 아니였다.

가끔은 이런 신파를 따라 흥얼거리며

오래된 이력의 중심에 서서

그림자 사라진 어둠을 밀어본다.

 

흰머리 몇 올씩 뽑아내며 너를 위해

손에 닿지 않는 새장 속의 노래를 가지러 간다.

 

처음부터 노래는 없었는지 모른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강미영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4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 『시와 세계』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 『Y는 느티나무』(시와세계, 2014)가 있음. 제7회 시와세계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