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시인 / 그 사내를 보았네
매운 겨울바람이 가랑잎 한 무리를 끌고 가자 회색빛 담벼락에 달라붙은 현수막 죽자니 살자니 아우성이다.
얼어붙은 쇠창살 들이받으며 시멘트벽을 발로 차며
붉은 글씨, 거리의 노점상도 이 나라의 시민이다 생계형 포장마차를 인정하라.
덩달아 울그락 붉그락 몸부림을 치다가 목울대를 떨기도 하다가 이내 피돌기를 포기한 듯 고요하다.
단속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낙엽보다 더 힘없고 초라한 현수막 하나 벌써 몇 날 몇 밤 째인가.
행인 하나가 무심결에 뻥, 담배 빵을 놓고 가기도 하는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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