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무 시인 / 틈
이분법이 시작되는 기막힌 균형이죠. 압력의 갈라진 흐름 나누어 막아 단단해진 서로가 싸늘하게 지켜보는 간격. 힘이 응고되는 바닥에서 어둠이 부화해 세상에 밤이 오는 거지요. 일부러 보석 추 눈 맞추고 주문 걸어 깜깜한 맹골수도 뻘 속 가라앉은 세월호 밑바닥 묵인도 외면도 틈 간격 빽빽히 빛깔의 혼합으로 채워 감출 수 있다는 용기 때문이죠.
세상 보호색은 틈의 허용만큼 진실에 무모해지고 격렬해 지죠. 비명 한 마디 새어나오지 못하게 밀봉하려 달싹이는 입술. 당신이 비틀어 만든 어두운 틈 구석에서 스멀스멀 번식하는 그림자들. 아세요. 새벽빛도 틈에서 통쾌한 소탕을 시작한다는 걸.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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