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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연희 시인 / Snowbell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1.

정연희 시인 / Snowbell

 

 

때죽나무 꽃들 터널을 이루었다.

 한때 당신과 걷던 이야기

발아래 종소리로 부서져 내린다.

 

오월 아침에 울리던 종소리

정갈한 능선 따라 흩어졌다.

먼 곳에 있는 당신 그 소리 듣고 있겠지요.

 

나뭇가지 한 다발 끌고 냇가로 달려가

이파리 찧어 물속에 놓아두면

수천의 종소리 들렸다.

그 소리에 물고기들 하얀 꽃으로 떠올랐다.

유혹은 늘 치명적이어서

달콤한 향기에 취했다.

 

때죽나무는 물수제비 무늬를 가지고 있다.

당신에게 가는 길

꽃들이 일그러진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자

길은 지워졌다.

종소리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정연희 시인

충남 홍성에서 출생. 2007년 《현대시학》을 통해〈붉은 구상나무의 요술장갑〉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호랑거미 역사책』(종려나무, 2010)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