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희 시인 / Snowbell
때죽나무 꽃들 터널을 이루었다. 한때 당신과 걷던 이야기 발아래 종소리로 부서져 내린다.
오월 아침에 울리던 종소리 정갈한 능선 따라 흩어졌다. 먼 곳에 있는 당신 그 소리 듣고 있겠지요.
나뭇가지 한 다발 끌고 냇가로 달려가 이파리 찧어 물속에 놓아두면 수천의 종소리 들렸다. 그 소리에 물고기들 하얀 꽃으로 떠올랐다. 유혹은 늘 치명적이어서 달콤한 향기에 취했다.
때죽나무는 물수제비 무늬를 가지고 있다. 당신에게 가는 길 꽃들이 일그러진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자 길은 지워졌다. 종소리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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