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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지희 시인 / 서식지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2.

강지희 시인 / 서식지

 

 

    백만 마리 새가 사는 지구이니까

    백만 가지 새 이름 거기에 있겠다.

     

    기침 줄지 않는 큰코뿔새

    목구멍은 분주하겠다, 하루치 역할해내느라

    기이한 울음은 고단하겠다, 큰 코뿔 들어 올려 새끼도 길러야 한다.

     

    침 덧발라 둥지 짓는다는 칼새도

    침 바르지 않으려고 입 꽁꽁 묶어버리려 해도

    침 바르는 일 멈출 수 없겠다.

    칼새라는 이름 얻었으니

    칼집 같은 허공

    칼날 같은 날갯짓 흔들며 살겠다.

     

    자색물쇠닭이 연꽃밭의 파수꾼이라는 별호 얻었듯이

    사냥을 위해 발걸음은 가볍게, 몸짓은 재빠르게

    발가락으로 온몸의 무게 분산시킬 줄 미리 알았겠다.

     

    입안이 헐도록 삶을 오독하고 서 있는 나

    물 밖과 물 안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

    어떤 새의 이름으로

    저물녘 물소 떼를 우리로 몰아갈까.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강지희 시인

경북 영천에서 출생. 200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파랑을 입다』(서정시학, 2018)가 있음. 현재 〈시in〉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