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희 시인 / 서식지
백만 마리 새가 사는 지구이니까 백만 가지 새 이름 거기에 있겠다.
기침 줄지 않는 큰코뿔새 목구멍은 분주하겠다, 하루치 역할해내느라 기이한 울음은 고단하겠다, 큰 코뿔 들어 올려 새끼도 길러야 한다.
침 덧발라 둥지 짓는다는 칼새도 침 바르지 않으려고 입 꽁꽁 묶어버리려 해도 침 바르는 일 멈출 수 없겠다. 칼새라는 이름 얻었으니 칼집 같은 허공 칼날 같은 날갯짓 흔들며 살겠다.
자색물쇠닭이 연꽃밭의 파수꾼이라는 별호 얻었듯이 사냥을 위해 발걸음은 가볍게, 몸짓은 재빠르게 발가락으로 온몸의 무게 분산시킬 줄 미리 알았겠다.
입안이 헐도록 삶을 오독하고 서 있는 나 물 밖과 물 안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 어떤 새의 이름으로 저물녘 물소 떼를 우리로 몰아갈까.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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