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선 시인 / 개와 늑대의 시간
나를 읽지 마세요. 밤인지 낮인지 너와 나의 경계를 지워주세요.
주말이면 부산으로 갑니다. 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착한 딸이라고 하네요. 효녀라고 하네요.
머리 밑이 스멀스멀 모자를 푹 눌러 썼어요. 내가 모르는 나입니다 네가 모르는 너입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장갑 낀 악수처럼 낯설어요. 다가올수록 나는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너는 너에게서 멀어집니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창인지 방패인지 제발 나를 읽지 마세요. 개와 늑대의 시간은 도주입니다 도달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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