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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명선 시인 / 개와 늑대의 시간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3.

오명선 시인 / 개와 늑대의 시간

 

 

        나를 읽지 마세요.

        밤인지 낮인지

        너와 나의 경계를 지워주세요.

         

        주말이면 부산으로 갑니다.

        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착한 딸이라고 하네요.

        효녀라고 하네요.

         

        머리 밑이 스멀스멀

        모자를 푹 눌러 썼어요.

        내가 모르는 나입니다

        네가 모르는 너입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장갑 낀 악수처럼 낯설어요.

        다가올수록 나는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너는 너에게서 멀어집니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창인지 방패인지

        제발 나를 읽지 마세요.

        개와 늑대의 시간은

        도주입니다 도달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오명선 시인

 2009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후를 견디는 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