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이 시인 / 고양이 이데아
오를수록 낮아지는 계단에서 스프링을 튕기던 나날들. 엘리베이터에서 초고속을 바라보며 풍경은 경품처럼 바뀐다.
혼몽하게 겹친 노을빛 그라데이션. 고무줄과 파이의 비례는 현기증인 것 같아 긴 오후의 손톱이 노랗게 익고 저 끝 지평선을 직시한다.
눈동자에 갇힌 소실점은 백조의 은하를 담아왔니? 이리 오렴 불어나 보자. 우리의 폐활량이 부족하진 않았을 텐데
여름 밤 별은 뜨지 않는다. 흑조라 부르는 것이 타당했던 것. 몽골초원은 까마득하고 그림자들은 켜켜이 쌓인다.
그래도 높이와 어둠까지 태양의 하부라고 쓰겠어. 오늘도 제도된 그림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사각의 낡은 후면들.
유리궁 안에서 주워듣는 창틀의 고양이 눈은 바짝 내게 지금 이데아는 매콤한 야식 한 그릇.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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