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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바다 시인 / 베이비, 달에 쓰여질 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19.

김바다 시인 / 베이비, 달에 쓰여질 시

-순영이에게

 

 

식사를 끝내면 삽을 들고 꽃밭으로 가자

 

그림자를 놓치고도 즐거운

술래잡기하러 가자 베이비, 시는 셀프

 

크고 하얀 국화들 탐스럽게 피어있는 분화구 너머는

문득

이태리 양가죽 코트를 걸치고

 

활활 타오르는 벌판이야 베이비

너를 뱉어낸 스틱스 강이야

 

새파란 코끼리 물조리개를 기울이기엔 너가 딱이지

앉아 있을 곳이 아닌 곳에

심장을 세워두고 졸졸

귀 기울이기엔 너가 딱이지

 

물을 끄러 기어나오는 입술이 자꾸 자꾸

자몽레드빛 틴트 아래로 숨고 있어

입어서는 안 될 옷들이

예뻐 보이는 오늘의 생각처럼

 

베이비, 가벼운 아침을 확인해보기엔 너가 딱이지

한꺼번에 날았다가 앉았다가

지저귀는 손바닥들로

어쩌면 그렇게 작은 손바닥들로

 

계간 『신생』 2017년 겨울호 발표

 

 


 

 

김바다 시인 / 문둥이 찬가3

 

 

거기 누구

눈이물이녹아제갈길가버린거리

마모되어져생긴뼈와뼈의랑데부

이쪽에서저쪽으로건너가려땅굴이생겼다

빛나고단단한색깔로채울수없는땅굴

중심에서멀어져아득히벗어나고있는땅굴

상한조각들을흔들어심연을울리는땅굴

여기서뭘하고있니투명하게묻는땅굴

약쌀처럼곱고깨끗한손이우습게비춰지는땅굴

다리가다리를오그려휘어지게하는땅굴

어떤말로도뼈와뼈우리끼리랑데부

쇠로된휘파람은불기어려워문딩이

신이제일무거워

이쪽에서저쪽으로건너가려신을신었다

빨강파랑꽃밭이아니라

불모의언덕으로찾아드는날개달린거기누구

이쪽에서저쪽으로건너가려언덕을만들었다

밥그릇엎어놓은그모양에허기진것다모여든다

이국의땡볕아래구리구리익어온손

등과바닥똑같이구리구리

이쪽에서저쪽으로건너가려손을만들었다

쉽게외면당해도오도가도못하는손

하늘에서동아줄이라도하나던져주면

모가지먼저집어넣을손

말벌소리를내는별과태양을향해

구불구불뻗어나는손

우리끼리수십년달랑달랑문딩이

고질적내모가지네모가지

거기누구

 

계간 『신생』 2017년 겨울호 발표

 

 


 

김바다 시인

1973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2011년 《애지》로 등단. 시집으로 『싱글』(실천문학, 2017)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