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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현숙 시인 / 눈이 온다, 무언의 증인처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0. 1.

손현숙 시인 / 눈이 온다, 무언의 증인처럼

 

 

벌판에 나무 역광으로 서있다. 허공 속으로 뿌리 내렸다. 팔 벌린 가지에는 이파리 한낱도 없다. 눈썹 쓸 듯, 쓸어가는 구름 묵음으로 내리는 하늘 그림자.

 

한 발짝 건너 또 한 발짝 근처가 없는 사람의 집, 그 어디쯤에서 발자국 풀어 살아도 되겠다.

 

사람이 살기도 하고 살지 못하기도 하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서지 못하는 땅, 나도 저 땅에 발 들여놓은 적 있다. 구릉에는 푹푹 눈이 쌓이고 비밀의 보유자들이 무언의 증인처럼 왔다가는 돌아서야 하리라.

 

지도에도 없는 나라. 가는 길은 달라도 번개와 우레가 들끓어서 고요하게 피어나는 꽃, 구름이 땅에서 돋아 하늘로 간다. 발바닥은 쉴 곳을 모른다는데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손현숙 시인

1959년 서울에서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와 한국예술 신학대학 문창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문학박사. 1999년 《현대시학》에 시 <꽃들은 죽으려고 피어난다>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너를 훔친다』(문학사상사, 2002)와 『손』(문학세계사, 2011)가 있음.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2002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