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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점 시인 / 양귀비꽃밭을 찾아 가는 중입니다
붉은 접시꽃을 지나 저희끼리 마을을 이루고 있는 돌무덤들 지나 초록이 짙어가는 자귀나무를 지나 무리지어 피어있는 산비탈 금개국꽃을 지나 멀쩡하게 서서 죽은 은행나무를 지나 봉분에 뿌리박고 자라는 느티나무를 지나 오랜 가뭄으로 쩍쩍 갈라지는 농부의 마음을 지나 흙먼지가 일제히 따라붙는 길 달리고, 달리고 환한 그녀들이 어디에 있는지 혹시 보셨나요? 목이 길고 가녀린 그녀들이 군락을 이루고 산다는 지금이 딱 절정이라는 그곳을 찾아 맹렬하게 누드비치를 찾아가는 젊은 사내들처럼 미친 듯이 끼니를 놓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기차를 놓치고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조상의 기일을 놓치고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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