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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종목 시인 / 국수 한 그릇

by 파스칼바이런 2019. 10. 3.

김종목 시인 / 국수 한 그릇

 

 

시장들머리 국숫집으로 들어갔다.

국수 한 그릇 사 먹으려고 긴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서

국수 한 그릇 주세요 해 놓고는

땀을 흘리며 국수그릇에 뜨거운 국물을 퍼 담을 때

할머니의 땀방울이 국수 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땀방울이 떨어졌다면 콧물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제발 저 국수그릇은 다른 손님에게 가기를 바랐는데

내 앞으로 갖다놓는다.

 

나는 얼른 옆 노신사에게 슬쩍 양보하자

아이구 고마워라 하고는 얼른 당겨 먹는다.

 

할머니가 국수 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땀이나 콧물이 떨어지지 않은 걸 보고서야

한 그릇 받아 얼른 후딱 먹고 나왔지만 기분이 찜찜했다.

 

나에게 배달된 땀방울이 떨어진 국수그릇을 양보하고

인사까지 받았으니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일이다.

 

어쩌다 떨어진 땀방울을 콧물로까지 비화시켜

슬쩍 남에게 양보한 내가

그렇게 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차라리 먹지 말고 나올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김종목 시인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와 1983년 《현대문학》 시 천료. 시집 『인생의 향기』 외 작품집 23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