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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시인 / 국수 한 그릇
시장들머리 국숫집으로 들어갔다. 국수 한 그릇 사 먹으려고 긴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서 국수 한 그릇 주세요 해 놓고는 땀을 흘리며 국수그릇에 뜨거운 국물을 퍼 담을 때 할머니의 땀방울이 국수 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땀방울이 떨어졌다면 콧물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 나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제발 저 국수그릇은 다른 손님에게 가기를 바랐는데 내 앞으로 갖다놓는다.
나는 얼른 옆 노신사에게 슬쩍 양보하자 아이구 고마워라 하고는 얼른 당겨 먹는다.
할머니가 국수 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땀이나 콧물이 떨어지지 않은 걸 보고서야 한 그릇 받아 얼른 후딱 먹고 나왔지만 기분이 찜찜했다.
나에게 배달된 땀방울이 떨어진 국수그릇을 양보하고 인사까지 받았으니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일이다.
어쩌다 떨어진 땀방울을 콧물로까지 비화시켜 슬쩍 남에게 양보한 내가 그렇게 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차라리 먹지 말고 나올 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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