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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정 시인 / 우리들의 식탁
태양의 식은 손이 식탁에 얹혀질 때 지붕은 움츠러들고 우리는 초라한 저녁 앞에 앉아 서로 멀뚱히 바라보았다 열 개이었던가 아홉 개이었던가 하나 둘 촛불이 스러지면 잠깐씩 환하게 퍼지는 온기에 촘촘히 박힌 낙서들 잠들고 창은 어둠을 쓸어 담고 있다 달콤했던 시간이 캬라멜이든 초콜릿이든 잊고 싶은 시간을 지워야하는 건 이 식탁의 덕목 다 쓸어버려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그때가 오길 박박 문질러져 말끔히 환해지는 그날이 오길 기다리는 듯, 촛불이 타닥타닥 타고 있다 문신처럼 새겨진 아버지의 발자국이 식어가고 빈손으로 돌아간 하루해처럼 우리들 식탁에 어둠이 점점 짙게 내리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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