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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원 시인 / 머리에서 가슴 사이
단두대에서 잘려나간 뒤에도 머리통의 두 눈은 6초간 껌벅였다는데
귀는 가슴보다 오래 살아남아서 심장이 멎은 뒤에도 한동안 가족의 울음소리를 듣다 간다는데
퍼덕이는 가슴을 잠재우려 불타는 머리통을 두 팔로 감싸고 가는 이가 있다.
가슴보다 커지는 구멍을 몸밖에 버리려다 눈만 한동안 껌벅이다 떠난 사람이 있다.
누가 그 눈꺼풀 가만히 쓸어내릴까
심장이 멎은 뒤에도 입술은 두고두고 잘려나간 시간을 껌벅이며 되뇔 것이다.
길이 식은 뒤에도 길의 기억은 문 닫은 카페 앞에 발길을 멈추고 슬픔의 맥박이 멈춘 뒤에도 귓속엔 먹먹한 돌멩이가 굴러다니고
눈 감아도 움푹 눈 뜨고 있는 어제의 웅덩이에 빠져 하늘은 깊어서 캄캄한가 오늘은 캄캄해서 아름다운가
머리통 속 흑백의 불덩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며 시간의 목에 칼금을 긋는 동안
가슴에 갇혀 퍼덕이는 날개가 있다.
월간 『시인동네』 2019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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