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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하 시인 / 육식주의자를 위한 변명
구름으로 채워진 위 속에 양이 뛰어다녀요.
토끼는 귀를 잡고 들어 올리지 말라고 했던 할아버지는 마당에서 목이 졸려 죽었어요. 토끼의 목덜미를 움켜쥔 손이 따뜻해지면 토끼는 양이 될 수 있을까요.
양은 탈이 없어 늑대를 잡으려는 소원이 있고 늑대는 양탈이 많아 한두 개쯤 걸치고 앙탈 부리는 양이었다가 자신이 늑대인 것을 잊기도 해요.
양이 꽃을 뜯어먹을 때 늑대는 향기를 맡기도 하죠. 그러니 속아 넘어가도 됩니다.
착한 늑대는 얼마쯤 양일까요.
잠 안 오는 밤엔 양을 한 마리씩 꺼내세요. 온 방에 양이 뛰어다니면 잠이 오고 늑대는 오지 않아요.
잠든 후에 양이 탈을 벗고 늑대가 되어도 내게 들키지 않을 늑대라서 나는 모르고 나는 괜찮아요.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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