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섭 시인 / 도둑들
돈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도시 팔차선 스트리트 뒷골목 어디를 가도 입에 거품을 문 얼굴이 붐빈다.
반갑다 어깨 툭 치며 지갑 빼내기 따위는 변두리나 굴러다니는 길고양이 비밀금고에 귀를 대고 숫자판을 돌리는 손가락 신화도 추억의 휘파람이 된 지 오래다.
빌딩 벽을 기어오르거나 공기 통로를 따라 미끄러지는 일쯤은 코웃음으로 날려버린다. 단추 하나 풀린 셔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책상 앞에 앉아 단련시키는 뇌와 신경조직
적외선 감지기 사이를 빠져 다니는 촉수와 뼈와 근육과 체위 같은 것 수천 개 은행의 가장 은밀한 부위, 어린아이 주머니 속까지 단숨에 틈입하는 황금 세포로 진화해 간다.
누구도 느끼지 못한 오르가즘 절정의 괴성을 질러대며 컴퓨터 엔터키를 누르는 핏발 선 넥타이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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