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 시인 / 새의 좋은 점
우리가 바나나나무처럼 어긋났으면 왼쪽 주머니의 담배와 오른쪽의 볼펜처럼 가까운 주머니가 나를 한 바퀴 돌아 먼 오로라가 되었으면
나는 신처럼 멋지게 담밸 피울 수 있지 내 연기가 내 손을 둘러싸게 할 수 있지 오로라처럼 오로라처럼 바나나가 휘어서 우리는 남의 집으로 들어가네
계단이 바나나나무라면 주인이시여 한 송이만 감춥시다 바나나 한 개처럼 잠들고 이빨이 잘 들어가는 사랑합시다 새는 바나나 끝에서 바나나 끝까지 날지 그것이 그리움의 길이
한 생은 바나나 한 개의 점성이어서 사랑 후에는 바나나의 점성으로 견디는 것이다 바나나껍질 속에 한 사람이 떠 있는 것이다 떠내려가지는 않고 밥풀보다 약한 점도로
그러다 문득 바나나가게에서 너를 만나는 것이다 언젠가 바나나나무를 사랑해서 바나나나무와 결혼한 인도 여자가 있다고, 네가 말해주었지? 잘 지낼까?, 모른다고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너무나 먼 곳에 사는 여자를, 너무 많은 것이 어긋나 있는 여자를, 얘기를 멈추고 관공서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신청하고, 나는 아직
아름답고 피곤해, 바나나나무와 사는 여자에게 나와 모든 것이 비껴간 여자에게 인도 여자에게 주민등록등본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관공서를 사랑하네 지나가네
계간 『시와 경계』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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