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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정영 시인 / 얼음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1.

문정영 시인 / 얼음

 

 

  겨울을 들고 서 있는 내게

  흐르는 어떤 소리도 들을 수가 없어, 네가 물었을 때

  물의 가방 열어 보일 수 없었어

  나는 지금 숨소리야 차가움이야 한때의 속삭임이야

  나는 이제 속도가 없어

  너의 등이 차가워졌을 때, 나는 불투명한 세상을

  그 가방에 넣었지, 그 후로 꺼내보지 않았어

  그때 너는 투명하지 않은 유리였을까

  왼쪽 눈이 시려 너를 건너려다 자주 미끄러졌지

  녹는 것에 자신 있다는 너에게

  나는 아직 얼음이야

 

계간 『시와 정신』 2017년 가을호 발표

 

 


 

문정영 시인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 등이 있음.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