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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관용 시인 / 다온의 침로(針路)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1.

김관용 시인 / 다온의 침로(針路)

 

 

바늘이 누워있네 방향이 쌓여있네 거대한 구조물일수록 용무가 많았고 날이 갈수록 북쪽이었네 외계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네 모래땅은 산모 같아서 일찌감치 달의 뱃속에서 나를 지웠네 바람의 리액션에 화들짝 놀랐네 그러나 진지했네 취한 아랫배를 이끌고 찬 방으로 드는 것 역시 첫 문장이었네 바늘이 누워있네 태음인의 얼굴을 한 허공이 간지러웠네 슬픔을 마주한 이유는 예 있을 터, 슬픔이 지나간 자리를 헹구었네 몸이 있는 동안은 분간할 수 없었네 발목이 없었지만 계단은 움직였네 눈 덮인 발자국을 세어보니 목소리가 찢어졌네 밀담으로 주변을 외호키로 했다네 살아있을 때의 맛, 빗물 맺힌 간판이 몸을 통과할 때까지 기억나지 않는 우물이었네 상처를 뭉쳐보면 어느 부분에서 열감이 두드러지는지 방랑의 약칭으로 흔들렸네 폭설을 바라보는 저 가지의 근거는 상처라네 같은 계단에서 방향이 어긋났네 쌓여있는 방향은 어둠이었네 자정 없는 육체를 상속하듯 빛은 이 길로만 갈 것이라네 탁류에 혈자리가 걸렸네 선뜻 물의 기운에 손을 담그자 습기를 옹호하던 문자들이 내색하기 시작했네 목적은 언제나 목마른 것, 어디든 돌아다니다 정착한 곳을 과녁이라 정했네 널빤지를 말하듯 방향의 혀끝에는 먼지가 쌓여있네

 

계간 『포엠포엠』 2016년 여름호 발표

 

 


 

김관용 시인

1970년 서울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화엄학 전공). 201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