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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경덕 시인 / 마트료시카

by 파스칼바이런 2019. 10. 2.

마경덕 시인 / 마트료시카

 

 

  채 뜯지도 않은

  내일까지 버려야했습니다

 

  시퍼렇게 눈뜬 시간을

  죽일 수만 있다면

  꽁초처럼 비벼 끌 수만 있다면,

 

  담배 한 가치로 온전히 하루를 죽인 날은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살비듬이 떨어지는

  편도뿐인 노숙의 목을 비틀어 왕복티켓을 얻을 수 있다면

  다시 당신의 몸속으로 들겠습니다

 

  사흘 전

  이 바닥으로 흘러든 노랑머리 여자는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몸으로 들어가

  마흔, 스물, 일곱 살을 꺼내고 있습니다

 

  시간은 거꾸로 태어납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마경덕 시인

1954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신발論』과 『글로브 중독자』,  『사물의 입』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