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시인 / 나라서적
순서 없이 서성거리는 사람들 얇은 표정으로 오목해진 걸음들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아예 오지 않은 그이들은, 지금쯤 어디에 닿아 있을까
입김 덧쌓인 창유리로 길고 맑은 이별은 흘러 캐럴을 연주하는 금관악기처럼 반짝이다 고이는데
검은 목폴라 속의 짧은 목례처럼 따뜻하고 그윽했던 시간 당신은 서둘러 어른이 되고 나는 이제야 당신의 침묵을 읽는데
새벽녘 창을 열면 생에 처음인 듯 눈이 내리고 당신이 가져갔던 시간 속으로도 눈이 내리고
어제는 오월 오늘은 십일월인, 나는 공중전화 부스에 맴돌던 말랑한 구름이 된다
내 청춘의 심장부가 있다면 충장로 우체국의 맞은 편
밤새 태어난 행성처럼 반짝이며 금간 스노우 볼처럼 반짝이며 당신이 있던 곳 짧은 서정시처럼 눈이 내리지만 나의 몫은 아니었던,
계간 『발견』 201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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