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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백규 시인 /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0. 21.

최백규 시인 /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

  꺼지라며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

  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

  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단 한 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몇 평의 바닷가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계간 『시산맥』 2015년 가을호 발표

 

 


 

최백규 시인

1992년 출생.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뿔〉 동인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