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태준 시인 / 내력
기억의 해변에는 꼬리 긴 초침의 행렬, 거기 숨은 나를 캐는 형성의 설익은 동작에서도 꽃게만 가려내는 어린 날의 착한 혼들, 잃어버린 이마여
어머니의 긴긴 모래밭에서 우리가 완전한 평화를 짓고 있을 때, 나의 신선한 눈동자를 달려온 햇살들은 증명하고, 해일은 늘 아득한 곳에서 돌아섰다
들여다보면 고요한 영혼의 안팎, 목마가 살아 있는 과거 속으로 오색 나의 깃발은 뛰쳐가고 한줌의 순수, 반짝이는 유리구슬을 버리면서 그때 나는 사나이들의 고독을 보았다
또 어디에선가, 동경의 터널에서 국화처럼 자주 캐던 진주가 허망한 돌이 되어 뒹굴 때, 계절은 몰래 와서 바다를 바꾸고 나는 자꾸 목이 칼칼했다
어둠을 빠는 다디단 잠 속의 새벽바다 검게 탄 살껍질이 나를 대변할 때까지, 과오를 퍼 올리는 삽질소리 사나이들의 머리칼에 접히는 냉정한 파돗소리, 듣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연대(年代)의 한 끝으로부터 무변을 날고 있는 한 마리 심약한 새의 방황과 시야에서 물살 짓는 사나이들의 우수는 아아, 미래의 내 것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 못질한 꿈속까지 폭력의 시린 삽 끝에 찍어나간 도시는 위대한 첨탑으로 치솟고, 어머니의 해변에는 밤마다 떠밀리는 한 청년의 생애가 있었다
저만치 물러선 방종의 해안에서 지금 나에게로 돌아드는 내계(內界)의 포오란 잠이여, 갈증을 뜯는 바다, 흉악한 암초에 흩어지는 아픈 잠의 비말이여
먼 수평을 돌아드는 허기진 바람의 부피를 가누면서 나를 외면한 난파의 물결 속에 표류하는 나의 주소, 나의 모반(謀反)은 아직 떠오르지 않은 달을 기다리며, 항구로 상륙하는 저 밀물들의 습관을 엿보고 있다
1972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형술 시인 / 날아다니는 섬 외 2편 (0) | 2019.11.27 |
|---|---|
| 강서완 시인 / 달의 내력 외 4편 (0) | 2019.11.27 |
| 김종태 시인 / 오존주의보가 내릴 무렵 외 4편 (0) | 2019.11.27 |
| 서안나 시인 / 단상(斷想) (0) | 2019.11.27 |
| 이령 시인 / 옹브르* (0) | 2019.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