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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노천명 시인 / 밤의 讚美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3.

노천명 시인 / 밤의 讚美

 

 

  삶의 즐거움이여! 삶의 괴로움이여!

  이제는 아우성소리 그쳐진 밤

  죽은 듯 다 잠들고 고요한 깊은 밤

 

  미움과 시기의 낙시눈도 감기고

  원수와 사랑이 한가지 코를 고나니

  밤은 거룩하여라 이 더러운 땅에서도

  이밤만은 별 반짝이는 저 하늘과

  그 깨끗함을ㅡ 그 향기를ㅡ 겨누나니

 

  오ㅡ 밤, 거룩한 밤이여

  영원히 네 눈을 뜨지 말지니

  네가 눈뜨면 고통도 눈뜨리

  밤이여 네 거룩한 벼개를 빼지 말고

  고요히 고요히 잠들어 버려라

 

월간 《신동아》 1932년 6월호 발표

 

 


 

노천명 [盧天命, 1912.9.2∼1957.12.10]  시인

1912년 황해도의 장연(長淵)에서 출생. 진명학교(進明學校)를 거쳐, 이화여전(梨花女專) 영문학과 졸업. 이화여전 재학 때인 1932년 《신동아》 6월호에 〈밤의 찬미(讚美)>  를 발표하며 데뷔. 저서로는 시집으로 1938년 초기의 작품 49편을 수록한 제1시집 『산호림(珊瑚林)』, 향토적 소재를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노래한 〈남사당(男寺黨)>, 〈춘향>,  〈푸른 5월>  등이 수록된

1945년 2월 출간된  제2시집 『창변(窓邊)』 6·25전쟁 당시 미처 피난하지 못해 문학가동맹에 가담한 죄로 부역 혐의를 받고 일시 투옥되어 옥중시와 출감 후의 착잡한 심정을 노래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는 1953년  출간된  제3시집 『별을 쳐다보며』와 수필집으로 『산딸기』, 『나의 생활백서(生活白書)』 등이 있음. 1957년 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