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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이용악 시인 / 패배자의 소원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5.

이용악 시인 / 패배자의 소원

 

 

  실직한 「마도로스」와 같이

  힘없이 걸음을 멈췄다

  ㅡ이 몸은 異域의 황혼을 등에 진

  빨간 심장조차 빼앗긴 나어린 패배자(?)ㅡ

 

  天使堂의 종소리!

  한 줄기 애수를

  테- ㅇ 빈 내 가슴에 꼭 찔러놓고

  보이얀 고개(丘)를 추웁게 넘는다

  ㅡ내가 미래에 넘어야 될......

 

  나는 두 손을 합쳐 쥐고

  발광한 천문학자처럼

  밤하늘을 오래 오래 치어다본다

 

  파ㅡ란 별들의

  아름다운 코라스!

  우주의 질서를

  모기(蛾)소리보다도 더 가늘게 속삭인다

  저-별들만이 알아줄

  내 마음!

  피묻은 발자욱!

 

  오-

  이 몸도 별이 되어

  내 맘의 발자욱을

 

  하이얀 대리석에 은끌로 조각하면서

  저-하늘 끝까지 흐르고 싶어라

  ㅡ이 세상 누구의 눈에도 보이잖는 곳까지......

 

월간 《신인문학》1935년 3월호 발표

 

 


 

이용악(李庸岳, 1914~1971) 시인

1914년 함북 경성 출생. 1935년 《신인문학》 3월호에 〈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일제시대 조선인의 궁핍한 삶과 현실을 개인적 체험에서 오는 구체성과 합친 시들을 발표.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활동. 1949년 8월 경찰에 체포된 후 10년 형을 선고받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가 1950년 6.25 전쟁 중 인민군에 의해 출옥 후 월북. 1971년 북한에서 폐병으로 작고. 시집으로 『분수령』, 『낡은 집』, 『오랑캐꽃』 등이 있음. 1957년 북한의 조선작가동맹출판사에서 『리용악시선집』을 펴냄. 중앙신문 기자, 문화일보 편집국장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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