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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유치환 시인 / 靜寂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6.

유치환 시인 / 靜寂

 

 

  불타는 듯한 정력에 넘치는 칠월달 한낮에

  가만히 흐르는 이 정적이여

 

  마당까에 굴러 있는 한 적다란 존재ㅡ

  내려 쪼이는 단양 아래 점점히 쪼꾸린 적은 돌맹이여

  끝내 말없는 내 넋의 말과 또 그의 하이함을

  나는 너게서 보노니

  해가 서쪽으로 기우러짐에 따러

  그림자 알푸시 자라나서

  아아 드디어 왼 누리를 둘러싸고

  내 넋의 그림자만의 밤이 되리라

 

  그러나 지금은 한낮, 그림자도 없이

  불타는 단양 아래 쪼꾸려

  하이한 하이한 꿈에 싸였나니

  적은 돌맹이여, 오오 나의 넋이여

 

월간《문예월간》 제2호, 1931년 12월호 발표

 

 


 

유치환(柳致環, 1908. 7.14 ~ 1967. 2.13) 시인

1908년 경남 충무에서 출생. 동래보고 졸업. 연희전문에서 수학. 《문예월간》 1931년 12월호에 <정적>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청마시초』(1939), 『생명의 서』(1947), 『울릉도』(1948), 『보병과  더불어』(1951), 『예루살렘의 닭』(1953),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미루나무와 남풍』(1964) 등이 있음. 장응두. 최상규  등과  동인지 『생리』를 발행. 청년문학가협회 시인상. 아세아자유문학상. 예술원상 수상. 1967년 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