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시인 / 靜寂
불타는 듯한 정력에 넘치는 칠월달 한낮에 가만히 흐르는 이 정적이여
마당까에 굴러 있는 한 적다란 존재ㅡ 내려 쪼이는 단양 아래 점점히 쪼꾸린 적은 돌맹이여 끝내 말없는 내 넋의 말과 또 그의 하이함을 나는 너게서 보노니 해가 서쪽으로 기우러짐에 따러 그림자 알푸시 자라나서 아아 드디어 왼 누리를 둘러싸고 내 넋의 그림자만의 밤이 되리라
그러나 지금은 한낮, 그림자도 없이 불타는 단양 아래 쪼꾸려 하이한 하이한 꿈에 싸였나니 적은 돌맹이여, 오오 나의 넋이여
월간《문예월간》 제2호, 1931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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