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인 / 선물
하늘가에 붉은빛 말없이 퍼지고 물결이 자개처럼 반짝이는 날 저녁해 보내는 이도 없이 초라히 바다를 건너갑니다
어슷어슷 하면서도 그림자조차 뵈이지 않는 어둠이 부르는 이 없이 찾아와선 아득한 섬을 싸고돕니다
주검같이 말없는 바다에는 지금도 물살이 웃음처럼 남실거리는 흔적이 뵈입니다 그 언제 해가 넘어갔는지 그도 모른 체하고.
무심히 살고 또 지내는 해, 바다, 섬 하고 나는 부르짖으면서 내 몸도 거기에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월간 『시문학』 1931년 3호 발표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용철 시인 / 떠나가는 배 외 4편 (0) | 2019.05.07 |
---|---|
김기림 시인 / 꿈꾸는 眞珠여 바다로 가자 외 8편 (0) | 2019.05.07 |
유치환 시인 / 靜寂 (0) | 2019.05.06 |
오장환 시인 / 목욕간 (0) | 2019.05.05 |
이용악 시인 / 패배자의 소원 (0) | 2019.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