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

신석정 시인 / 선물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6.

신석정 시인 / 선물

 

 

  하늘가에 붉은빛 말없이 퍼지고

  물결이 자개처럼 반짝이는 날

  저녁해 보내는 이도 없이

  초라히 바다를 건너갑니다

 

  어슷어슷 하면서도

  그림자조차 뵈이지 않는 어둠이

  부르는 이 없이 찾아와선

  아득한 섬을 싸고돕니다

 

  주검같이 말없는 바다에는

  지금도 물살이 웃음처럼 남실거리는 흔적이 뵈입니다

  그 언제 해가 넘어갔는지 그도 모른 체하고.

 

  무심히 살고 또 지내는

  해, 바다, 섬 하고 나는 부르짖으면서

  내 몸도 거기에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월간 『시문학』 1931년 3호 발표

 

 


 

신석정  [辛夕汀, 1907.7.7~1974.7.6] 시인

1907년 전라북도 부안(扶安)에서 출생. 본명은 석정(錫正). 보통학교 졸업후에 상경하여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불전(佛典) 연구. 1924년 《조선일보》에 <기우는 해>를 발표하며 詩作활동 시작. 1931년 《시문학》 3호부터 동인으로 작품활동. 그해에 「선물」,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등을 발표했고, 계속해서 「나의 꿈을 엿보시겠읍니까」, 「봄의 유혹」, 「어느 작은 풍경」 등 목가적인 서정시를 발표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굳힘.

8 ·15 광복 후에는 시작(詩作)과 후진양성에 전념했고, 저서로는 초기의 주옥 같은 전원시가 주류를 이룬 제1시집 『촛불』(1939)과,  8 ·15광복 전의 작품을 묶은 제2시집 『슬픈 목가(牧歌)』(1947)를 비롯, 계속해서 『빙하(氷河)』, 『산의 서곡(序曲)』,  『대바람 소리』 등의 시집 간행. 그의 시풍은 잔잔한 전원적인 정서를 음악적인 리듬에 담아 노래하는 데 특색이 있고, 그 맑은 시정(詩情)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순화시키는 감동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