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 / 풍랑몽(風浪夢) 1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窓)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때, 은 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때 앞 포구 에는 궃은비 자욱히 둘리고 행선 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1927년 『朝鮮之光(조선지광)』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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