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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정지용 시인 / 풍랑몽(風浪夢) 1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8.

정지용 시인 / 풍랑몽(風浪夢) 1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窓)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때,

  은 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때

  앞 포구 에는 궃은비 자욱히 둘리고

  행선 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1927년 『朝鮮之光(조선지광)』 7월호 발표

 

 


 

정지용[鄭芝溶, 1902.5.15 ~ 1950.9.25] 시인

1902년 충북 옥천 에서 출생. 휘문고보 재학 시절《서광》창간호에 소설 〈삼인〉을 발표하였으며, 일본 유학시절에는 대표작의 하나인 〈향수〉를 썼음. 1930년에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전개, 해방이 되서는 이화여대와 서울대에 출강하여 시론, 수필, 평문을 발표.

한국 전쟁 중 납북되어 이후 행적은 알지 못하나 북한이 최근 발간한 조선대백과사전에 1950년 9월 25일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음. 주요 저서로는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문학독본』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