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로 시인 / 코스모스
삼월의 봄바람을 타고 씨앗을 흩날린다 코스모스 보랏빛 꽃이 만개하여 어여쁠 때 코스모스 화창한 사월의 어느 날 코스모스는 새싹을 피우기 시작 한다
블루벨과 찔레꽃도 화사한 빛을 자랑한다 코스모스 훗날의 영광을 바라면서 그저 자라날 뿐이다 코스모스 뜨거운 여름 오후의 햇빛 아래에서 나는 꽃들을 심고 있다 코스모스 나무들이 힘겹게 열매를 피우기 위해 고통스러워 할 때에도 코스모스 여름이 그 끝자락을 아쉬워할 때에도 그것은 더 높이 위풍당당하게 밝게 자라고 있다 코스모스 ‘꽃이진 씨앗’ 서두른 짐승은 울었다 코스모스 마침내, 여기 코스모스의 계절이 있다 코스모스 다른 꽃들은 축 늘어지고, 생명은 죽었다 코스모스 서늘한 가을을 따라 흰 구름이 흐르고 투명한 서리가 내리는 밤 귀뚜라미 울면 코스모스 여덟 장의 꽃잎이 피고 산들바람 음률 안에서 미소 짓는다 종달새의 알레그로풍 캐럴, 아름다운 연주를 듣는다 코스모스 황금빛 들판의 시선들은 풍요의 달 아래 눕는다 코스모스 은은한 왕관을 쓴 우아하고도 장엄한 미소 지으며 우리의 정원으로 꿀벌을 초대하는 코스모스 코스모스와 함께 지상의 왕자는 아름다움을 진열할 수 있는가? 오! 장엄한 코스모스
월간 『청춘(靑春)』 19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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