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시인 / 笛의 秘曲
廣野에 마음 쓸쓸하게 때 아닌 눈비가 부어 내릴 때 陰鬱한 가슴의 어둔 그늘 속에서 애틋하게도 눈물을 자아내는 笛의 秘曲은 가만 가만히 울리다
소리 가늘고 마디 없이 靈의 가슴을 두드리며 찌르다 가슴은 터져 血潮는 부어 나려 폭포와 같이 소리 크게 돌 제 옛날 愛人의 반가운 笛소리가 마음 괴롭게도 追憶의 琴線을 다시 울리다
적여! 笛의 曲이여! 높은 언덕 넓은 태양 끝 모르는 天涯까지 눈물에 젖게 하는 아름다운 秘曲을 크게 크게 울리면서 가라!
그러다가 푸른 그늘 靑松에 앉아 懺悔의 눈물을 뿌리는 女性을 보거든 그의 품속으로 가만 가만히 들어가 나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던 너의 아름다운 悲曲으로 나의 消息을 傳하여라!
아! 나의 마음은 애닯도다! 무르녹은 月色에 흐르는 笛의 秘曲! 나는 어느 곳에 머무를까? 愛人이여 永遠히 아니하려냐? 그러나 나는 영원히 기다리겠노라 아! 笛의 秘曲이여!
박영희 시인 / 過去의 王國
끝없는 蒼空에 뜬 한가히 흐르는 白雲같이 限없는 내 靈窓으로는 虛無하게도 내 過去는 흐르다
모든 것은 끝없는 뒤로 흐르다. 過去의 王國 흐르는 과거로 美의 宮闕을 삼다. 나는 나의 美의 宮闕을 찾으려고 나의 애인을 데리고 나는 나의 과거로 흐르다.
나는 어린아이의 표정 같은 憧憬의 ‘벌판’을 만나다. 過去의 王國 모든 歡樂, 모든 希望에 迷路하는 바이올린 줄 같은 내 마음의 줄〔線〕은 秩序없이 울리다.
나는 그 벌판을 지나 朦朧한 안개 같은 과거의 秘密 속을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애인을 가슴에 안고 헤메이다.
다음에는 牽牛의 星에 새로 쌓은 城 위에서 애인과 나는 소리 크게 과거의 沈黙을 신선하게 깨트리다.
나는 한 큰 눈물바다를 만나다. 깨트려진 배〔舟〕는 孤寂히 漂流하는데 별안간 내 두 눈에서 두 줄기 새 샘이 흐르다. 애인은 그늘 위를 걸어 그윽히 보이다가 없어지다.
나는 한 마을에를 왔다. 苦惱 悲哀 怨望 孤寂의 무리가 번득거리는 幻影倚子를 태워가지고 끝없이 끝없이 데리고 가다. 나는 ‘過去의 王國’에를 다다랐다. 智慧 絶望 巡禮者의 무리가 횃불을 번득거리며 饗宴의 盃를 들어 나를 ‘過去의 王國’의 王으로 세우다.
그러나 눈물바다에서 없어진 愛人을 나는 때때로 幻影의 언덕에서 그가 낮잠 잠을 보았다 그러다가 나의 흩어진 마음의 壁은 다시 막지 못하고 말았다.
최초의 시전문지 『장미촌』 1921년 5월호(창간호)에 발표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상순 시인 / 어느 친구에게 외 2편 (0) | 2019.05.11 |
---|---|
황석우 시인 / 태양(太陽)의 침몰(沈沒) 외 2편 (0) | 2019.05.11 |
홍사용 시인 / 백조(白潮)는 흐르는데 별 하나 나 하나 외 1편 (0) | 2019.05.10 |
김동명 시인 /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 주시면 (0) | 2019.05.09 |
변영로 시인 / 코스모스 (0) | 2019.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