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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오상순 시인 / 어느 친구에게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1.

오상순 시인 / 어느 친구에게

 

 

사념(邪念)과 망상(妄想)이

침습(侵襲)할 제

추상(秋霜)같은 명도(銘刀)를

빼 든다던

동도(同道)의 옛벗아!

너는 지금(只今) 어디서

건투(健鬪)하느냐, 노력(努力)하느냐

생(生)을 위하여 더 값진

생(生)의 실현(實現) 위하여

나는 너를 추모(追慕)함이 깊다

더우기 정진(精進)의 기예(氣銳)가

둔(鈍)함을 느끼는 작금(昨今)에…….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시인 / 의문(疑問)

 

 

   백발(白髮)의

   팔순(八旬) 늙은 할머니

   걸음발 겨우 떼어 놓는

   초치(初齒)의 어린아이

   면(面)과 면(面)을 서로 대하고

   눈과 시선이 서로 마주칠 때

   나는 묻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당신(當身)은 그 아이를

   아시나이까?

   나는 묻고 싶었다.

   어린아이에게

   너는 저 할머니를

   아느냐고……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시인 / 나의 고통(苦痛)

 

 

  웃는 사람 따라서

  웃지 못함은

  고통(苦痛)이다

 

  그러나

  우는 사람 위하여

  울지 못함은

  더 큰 고통(苦痛)이다.

 

월간 『개벽(開闢)』 1920년 11월호 발표

 

 


 

오상순 [吳相淳, 1894.8.9 ~ 1963.6.3] 시인

1894년 서울에서 출생. 호는 공초(空超). .1906년 경신 학교(儆新學校) 졸업. 1918년 도시샤(同志社) 대학 종교철학과 졸업. 1920년 김억(金億), 남궁벽(南宮壁), 염상섭(廉想涉), 변영로(卞榮魯), 황석우(黃錫禹) 등과 함께 《폐허》의 동인으로 그 창간호에 〈시대고와 희생〉이라는 글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1924년 보성 고등 보통 학교의 교사를 거쳐 1930년 불교 중앙 학림(동국 대학교의 전신) 교수 역임. 1954년 예술원 종신회원. 1959년 예술원상, 1962년 서울특별시문화상과 대통령상 등을 수상. 1963년 지병으로 사망. 주요작품으로 「한잔술」, 「첫날밤」, 「방랑의 마음」, 「허무혼의 선언」, 「폐허의 낙엽」 등이 다수 있음. 저서로는 死後 발간된  《오상순 시선》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