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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이상 시인 / 꼿나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2.

이상 시인 / 꼿나무

 

 

벌판한복판에 꼿나무하나가잇소 近處에는 꼿나무가하나도업소 꼿나무는제가생각하는꼿나무를 熱心으로 생각하는것처럼 熱心으로꼿을피워가지고섯소. 꼿나무는제가생각하는꼿나무에게갈수업소 나는막달아낫소 한꼿나무를위하야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숭내를내엿소.

 

 


 

 

이상 시인 / 이런 詩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여놋코보니 도모지어데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 생겻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드니 어데다갓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쫏차나가보니 危險하기 짝이업는큰길가드라.

 

그날밤에 한소낙이하얏스니 必是그돌이 깨끗이 씻겻슬터인데 그잇흔날가보니까 變怪로다 간데온데업드라. 엇던돌이와서 그돌을을업어갓슬가 나는참이런悽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가튼作文을지엿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든 그대여 내한平生에 참아 그대를 니즐수업소이다. 내차레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엿부소서」

 

엇덜돌이 내얼골을 물끄럼이 치여다보는것만갓하서 이런詩는 그만찌저버리고십드라.

 

  一九三三. 六. 一

 

월간 『가톨릭 청년』 제2호, 1933년 7월호 발표

 

 


 

이상[李箱, 1910. 9. 23 ~ 1937. 4. 17〕시인

1910년 서울에서 출생.  총독부의 건축기수로 일하기도 하였으며, 1931년 〈이상한 가역반응〉을 발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 1932년〈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하며 필명 '이상'을 처음 사용.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를 《朝光(조광)》지에 〈날개〉를 발표해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음.

1937년 일본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2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소설 「날개」「종생기」, 동화 「황소와 도깨비」, 시 「오감도」「최후」「명경」, 수필 「산촌여정」「권태」 등이 있음.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