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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대희 시인 / 휘파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1.

최대희 시인 / 휘파람

 

 

  길을 걷다 주저앉고 싶어질 때면

  아버지의 휘파람소리가 생각난다

 

  비눗방울처럼 톡톡 터지며

  맑고, 투명하던 그 소리에

  우리는 깔깔거리며 키가 자랐고

 

  작업복 바지마다 풀물로 얼룩진

  고단하고 쓸쓸한 생활을 동그랗게 모아

  휘파람 불던

 

  서서 꿈꾸는 나무처럼

  아버지가 불렀던 휘파람소리는

  어느덧 내 입으로 전해져

  나는 초록으로 싱싱하게 물이 든다.

 

시집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 중에서

 

 


 

 

최대희 시인 / 홍시

 

 

  울타리 너머로

  잎을 다 떨군 앙상한

  가지 끝에 남은

  홍시 두 알

  바알갛다

  신작로를 향해 끊어질 듯 이어진

  좁다란 길을 따라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식을 배웅하는 어미의

  충혈된 눈동자

  곧 땅으로 떨어질 듯

  아슬하다.

 

시집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 중에서

 

 


 

최대희 시인

경기도 평택에서 출생.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정책학과 석사 수료. 2004년 시집 『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치즈사랑』, 『선물』 등이 있음. 중등 교과서 『한문3』에 「친구야」 작품 실림. 경기문학인 대상, 농촌문학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평화작가위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