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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월 시인 / 사막의 달
어디에나 길은 있지만 어디에도 빛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던 물줄기들이 건조하게 말라붙어 그 바닥이 드러날 때 잃어버린 물줄기의 맥을 찾아 나는 타클라마칸의 사구로 떠난다 물기 하나 없이 서걱이는 모래산맥 너머로 오래 전 잃어버린 빛들을 모아 지상에서 가장 말갛게 떠오르는 사막의 달 비로소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 거대한 바다로 출렁이고 놓쳐버린 길을 묻는 길손들의 발등을 적신다 바람이 세웠다 부수는 풍화된 시간의 낡은 탑들과 빛바랜 생각들이 수 만의 은비늘로 부서져 질펀한 원시의 달빛바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려 그림자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사막의 뜨거운 날숨 위에 지난 계절 상처들이 모여들어 긴 등뼈를 세우는 곳 타클라마칸에 밤이 오면 그 어둠을 딛고 깨어난 달빛을 밟고 사람들은 목적지도 묻지 않는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
시집 『사막의 달』(문학과 사람, 2016) 중에서
임애월 시인 / 억새꽃에 대하여
수평선이 가두어 놓은 화산섬 한켠에 평생 일구어 온 어머니의 작은 양지 봄햇살 겨운 손끝에 윤기 나던 그 들녘
한때는 따뜻한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팔남매의 어린 꿈들 품어준 적 있었네 청보리 푸른 습성으로 넓어지던 하늘가
우기에도 물이 고이지 않는 건천을 돌아 젖어있는 모든 것들은 바다로 떠났네 수평선, 그 견고하던 절망의 경계여
이름처럼 억세게 앞만 보고 가던 그길 천형(天刑)의 바람 속에서도 휘지 못한 시간들 초겨울 서리 찬 언덕에 은발로 나부끼네
시집 『사막의 달』(문학과 사람,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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