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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행은 시인 / 목련꽃 지다
저 집, 독거노인이 보이지 않는다
목련꽃 져 내리고 조문하듯 비가 지난다
꽃은 새의 깃털처럼 허공에 기대었을 때에도 신의 영역을 탐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인지 맨 땅에 누워 듣는 하늘의 말씀이 희다
툭, 떨어질 때 공기가 잠시 출렁했을 뿐 저 꽃은 첫 번째 고백부터 쪽방 밑에 버려진 마이너리티
뒤척이던 바람이 한 계절 백발이 성성하던 꽃의 외로움을 뒤집고 풍문처럼 누르스름하게 해묵은 발자국도 잠시 석양에 문지른다
한 때 속절없이 눈부시던 봄빛에 하얗게 저항하던 그녀의 몸짓을 그 누가 아름답다고 했을까
붓을 들어 마지막 유서를 쓰듯 혼신으로 써내려간 꽃의 낙화를 안다면 어둑어둑 밤의 담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내리는 한 장 어둠이 이불인 저 독거의 노추(老醜)를 함부로 밟지는 못할 것이다
2013년 《영주신문》신춘문예 당선시
권행은 시인 / 비탈길을 오르는 종소리
골목은 어둑한 바닥을 물고 있어서 이가 아프다 치통을 앓는 골목에게 시간은 독거노인 부어오른 골목이 바람에 휘고 있다
두부장수가 틈새에 빠진 발자국들을 조심스레 거두며 언덕을 오른다 겨울마다 얼음 든 상처를 진물로 흘려서 음식을 씹지 못하는 골목은 오래도록 허술한 집들을 낳았다
누우면 하늘이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산동네 사나흘씩 사람들의 발목이 묶이는 골목으로 어떻게 찾아왔을까 두부장수‘ 종소리가 따뜻한 호명이 되어 사람들을 부른다
귀먹은 해거름을 깨우는 종소리가 앓아누운 할머니의 언 손으로 두부 한 모를 쥐어주자 내려앉은 창들도 그제야 꾸물꾸물 밥을 짓는다 오랜만에 할머니의 아궁이가 불을 먹는다
닫힌 빗장 속으로 두부장수의 종소리가 눈송이처럼 뛰어들 때 바쁘신 하나님도 모처럼 숨을 고르신다, 흰 눈처럼 이 세상 어디에나 부드러운 잇몸을 가지고
웹진 『시인광장』 2014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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