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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선 시인 / 매미가 뜨겁게 우는 이유
소리를 키우는 건 순전히 침묵이다
길고 지리한 기다림의 끝 찰나의 생生 경계에서 방황하는 고통을 묵묵히 품어주는 초록잎새 제 몸 틈새에 그의 일생을 녹음해 두었다가 재생시켜주는 넉넉한 나무둥치가 있기에 명함(名銜)이 된 소리의 칼 하나, 어둠의 등판에서 벼리고 갈았다
끈질긴 공격으로 새벽을 토막내고 땡볕의 가슴을 찌른다 태풍 속에서도 종횡무진 달리는 폭력적인 한恨의 외침 칼끝을 휘휘 휘둘러 지구를 휘감아 돌리는 것이다
팽이처럼 도는 우주 한쪽 죽음이 허물 벗은 자리엔 무수한 공기의 알들이 뜨겁게 달구어 진다
소리의 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집 『소리를 키우는 침묵』(미네르바, 2011) 중에서
지하선 시인 / 4월 31일
달력을 넘긴다 순간, 내 몸의 우주가 빙글 돌더니 갑자기 빅뱅이 인다
3072년의 낯선 행성, 지구상에 없는 미지의 하루에 불시착한다
속도를 버린다 어둠을 헤엄쳐 무중력으로 미끄러진다 어떤 형체도 빛도 보이지 않는다 현실과 내세의 모호한 경계에서 허공을 좁히며 부딪쳐오는 맞울림, ‘위험은 항상 네 곁에 존재하지만 두려움은 선택이다’* 우레의 말 바싹바싹 조여온다 두려움을 선택하지 않으려고 무의식 밑바닥으로 잠입한다 한 생애의 울음이 술렁이는 스틱스강가, 쭈그리고 앉아 물에 잠긴 외로움 을 들여다본다 바람의 흰 손이 물속을 휘저으며 건져낸 슬픔 한 덩이에 박힌 앵두 한 알, 첫사랑에게 선물로 준 나의 처음 입술이다 새콤한 풋내에 떨기만 하던 환영 속 촉각으로만 감지되는 붉은 도시, 사방으로 뻗어나간 길들이 타프롬사원의 나무뿌리처럼 온몸을 휘감는다 이리저리 방황하던 길들이 내 첫 몸의 대륙을 다 돌아 다녔는지**,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원시의 숲으로 발정 난 숨소리 뜨겁게 스며든다
나의 시간은 지워지고 오직 마흔아홉 너의 시계만 도는 태초의 행성에서 세상에 없는 단 한 번의 천년 사랑을 시작해도 되는 걸까
소금 눈썹처럼 버석거리는 그 시간의 한 끝을 잡고 허둥지둥 속도를 잡아당기려는 네가 보이는데
시집 『미지의 하루에 불시착하다』(미네르바,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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