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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 시인 / 물고기의 진화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
물고기가 나무에 오르는 걸
물고기는 쉽게 미끄러지거나 시들지 않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유영하는 시선과 어긋난 방향으로 치솟다 추락하기를 반복하는
물고기는 아가미가 아닌 배지느러미로 숨을 쉬었다
자전거의 은빛바퀴처럼 돌고 도는 시간을 따라 나뭇잎이 떨어지듯 비늘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면 아마도 죽은 물고기들이 땅을 덮을 것이다
반짝이는 해변의 발자국들과 먼 바다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지는 물고기가 나무의 안과 밖을 휩싸는 공중에 비린내가 가득하다
나뭇가지를 흔들자 포도송이처럼 매달린 물고기가 새처럼 멀리 날아갔다
시집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시산맥, 2016) 중에서
김은우 시인 / 내 이름은 콘나쿠우오*
내가 원래 새였다는 걸 비행에 관한 환멸이 허공을 떠나 물속으로 뛰어들게 했음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깊은 바다 속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숨 막히는 속도로 물살을 거슬러갈 때
꿈이 사라지고 풍경이 사라지고 활공의 기억마저 사라져버린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가파른 행간마다 가도 가도 길은 층층 어둠뿐이어서 커다란 물고기를 단숨에 꿀꺽 삼키고 불룩해진 배로 거센 물살을 헤치며 간다
왕년에 허공을 주름잡던 솜씨로 팔딱팔딱 배지느러미를 흔들며 바다를 횡단하는
난 애초에 새였다는 걸 까마득히 잊고 납작 엎드려 꼬리지느러미를 펄럭이며 훨훨 물속을 유영한다
*콘나쿠우오 : 가장 깊은 바다의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
시집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시산맥, 201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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