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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요원 시인 / 줄넘기 하는 여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9.

장요원 시인 / 줄넘기 하는 여자

 

 

  양손으로 빠져나온 커다란 혀가

  제 몸을 친친 감는다

  아직 나오지 않은 그림자를 몸 안으로 끌어당기며

  질겅거리는 생각들을 툭툭 뱉어내며

 

  밤새 녹이 슨 여자가

  뻑뻑해진 아침을 감고 있다

 

  빠른 줄이

  허공에 튀어오르는 여자를 방에 가둔다

  오늘 아침 여자의 기분은 체크무늬 노랑

  방방마다 갇혀 있는 농익은 기분을 터뜨리려는

  노랑이 통통 튄다

  지칠 줄 모르는 노랑

 

  줄장미가 담장을 넘는다

  여자와 장미가  

  마주보고 줄을 넘는다

  반복적으로 분홍이 솟는다 넘어지는 분홍을 자꾸만 세우는

  줄을 놓지 않는 줄장미들

 

  박자와 박자 사이에 끼어 분홍이 늙어간다

  박자와 박자 사이에 앉아 고양이가 운다

  점점 불안해지는 박자의 틈새로

  헐렁해지는 여자가

  튕겨져 나온다

 

  커다랗고 긴 혀가

  친친 감은 여자의 거친 숨을 가지런하게

  풀고 있다

 

시집 『우리는 얼룩』(천년의 시작, 2015) 중에서

 

 


 

 

장요원 시인 / 브로콜리 주관적인 브로콜리

 

 

  감각이 뭉툭해

 

  혓바늘이 돋았어요

  뭉게뭉게

  부풀어오르던 치통이 마취주사 한 방에

  무능해졌어요

 

  가끔 혓바늘이 푸르게 부풀죠

  그린이예요

  그린에는 홉컵이 없고

  감은 눈을 빠져나온 눈알이 공처럼 굴러 다녀요

  어둠은 울창하고

 

  오돌오돌

  소름이 돋아요

 

  주먹을 꽉 쥐고 잠이 든 날에는 자꾸만

  벙커에 빠져요

  모래알 같은 생각들이

  흘러내려요

 

  울음이 닳아버린 암고양이의

  발은 어디로 갔나

  마이크처럼 나무를 움켜쥐던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갔나

 

  꾸욱,

  다문 입이 다발로 수북해요

 

시집 『우리는 얼룩』(천년의 시작, 2015) 중에서

 

 


 

장요원 시인

전남 순천에서 출생. 201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와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우리는 얼룩』(천년의 시작, 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