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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미영 시인 / Youth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1.

강미영 시인 / Youth

 

 

  Y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

 

  Y는 날마다 허공으로 팔을 벌리지

  마루바닥에는 평균대와

  거울이 있고 마루바닥에는 Y가 있어

 

  Y는 거울 속 Y가 무용하는 것을 바라보지

 

  Y는 Y의 느티나무가 외다리로 서 있는 것을

  보네 벌린 팔 안으로 그늘이 깊어지는 것을

  보네 푸른 혈기를 흔들며 재잘거리는

  나뭇잎을 보네 두 팔로 안지 못하네

 

  Y는 와이셔츠도 입지 않고 Y를 매기도 하지

 

  한발이 되도록 젊음을 불 태우네

  팔 벌린 아이들을 보며

  Y는 토슈즈조차 던져 두었네

  Y는 늙은 느티나무를 쫓아가지 않고

  Y는 깊숙이 굵은 뿌리로 자라지

  Y가 심은 다리는 주춧돌로 서 있네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 소설에서 빌림

 

시집 『Y는 느티나무』(시와세계, 2014) 중에서

 

 


 

 

강미영 시인 / 멸치 똥을 까는 멸치

 

 

똥을 빼고 뼈대를 생각한다 뼈대 있는 가문을 생각한다 똥을 까발리고 족보 속을 헤집고 나를 까발린다. 똥을 까발리면 멸치가 생각나고, 비릿한 바다, 당신 냄새가 떠오르고, 손가락 끝 막혔던 가시가 뛰쳐 나온다 똥을 만지면 오늘도 똥 막대기가 세상을 평정한다 나는 악다구니로 말라가는 뼈대 있는 집안을 동경하고 내 살과 뼈 때문에 늘어가는 똥을 증오한다 나는 십년동안 변비증에 시달리고 똥을 까발릴 것이고 똥을 빼고 멸치는 먹지 않을 것이고, 살과 뼈를 오가며 멸치와 뼈대를 겹쳐 읽은 것이다

 

시집 『Y는 느티나무』(시와세계, 2014) 중에서

 

 


 

강미영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4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 『시와 세계』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 『Y는 느티나무』(시와세계, 2014)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