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영 시인 / Youth
Y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
Y는 날마다 허공으로 팔을 벌리지 마루바닥에는 평균대와 거울이 있고 마루바닥에는 Y가 있어
Y는 거울 속 Y가 무용하는 것을 바라보지
Y는 Y의 느티나무가 외다리로 서 있는 것을 보네 벌린 팔 안으로 그늘이 깊어지는 것을 보네 푸른 혈기를 흔들며 재잘거리는 나뭇잎을 보네 두 팔로 안지 못하네
Y는 와이셔츠도 입지 않고 Y를 매기도 하지
한발이 되도록 젊음을 불 태우네 팔 벌린 아이들을 보며 Y는 토슈즈조차 던져 두었네 Y는 늙은 느티나무를 쫓아가지 않고 Y는 깊숙이 굵은 뿌리로 자라지 Y가 심은 다리는 주춧돌로 서 있네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 소설에서 빌림
시집 『Y는 느티나무』(시와세계, 2014) 중에서
강미영 시인 / 멸치 똥을 까는 멸치
똥을 빼고 뼈대를 생각한다 뼈대 있는 가문을 생각한다 똥을 까발리고 족보 속을 헤집고 나를 까발린다. 똥을 까발리면 멸치가 생각나고, 비릿한 바다, 당신 냄새가 떠오르고, 손가락 끝 막혔던 가시가 뛰쳐 나온다 똥을 만지면 오늘도 똥 막대기가 세상을 평정한다 나는 악다구니로 말라가는 뼈대 있는 집안을 동경하고 내 살과 뼈 때문에 늘어가는 똥을 증오한다 나는 십년동안 변비증에 시달리고 똥을 까발릴 것이고 똥을 빼고 멸치는 먹지 않을 것이고, 살과 뼈를 오가며 멸치와 뼈대를 겹쳐 읽은 것이다
시집 『Y는 느티나무』(시와세계, 2014) 중에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양수덕 시인 / 투명인간 외 1편 (0) | 2019.06.21 |
|---|---|
| 정미 시인 / 통 큰 여자 외 1편 (0) | 2019.06.21 |
| 최형심 시인 / 목각인형 외 4편 (0) | 2019.06.21 |
| 정끝별 시인 / 멜랑콜리커의 발 외 2편 (0) | 2019.06.21 |
| 지관순 시인 / 자루와 자두 (0) | 2019.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