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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 시인 / 내 사랑 물먹는 하마
아내가 물먹는 하마를 장롱 깊이 감추어 숨긴 그날 이후 그 가슴 빵빵 부풀어 오릅니다.
조선시대 마름이 몸에 들어와 철철 흘러넘치는 하늘의 비, 제 스스로 마름이라고 호우주의보 동반한 천둥소리 쫙쫙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가두리 양식장 가두면 그 소리 너무 커서 사람의 귀 듣지 못하는 말, 척척 감기는 혓바닥 녹여 먹는 하마가
오래 묵은 장롱 탈옥을 확인하라고 아내의 손 끌려나와 그 가슴 상쾌한 외출입니다.
…………, 다시 오는 아침 청소차에 실리기 전 제 할 일 다하고 있는 햇살 아래서 묵묵히 마르고 있는 당신,
낮은 자리 굴러온 앉은뱅이꽃 씀바귀 옆자리에서 망연자실 쓸쓸합니다. 아직도 몸이 무거워
가랑잎 더불어 구르지 못하는 당신,
시집 『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2015) 중에서
정태화 시인 / 금대암(金臺庵)에서 압축파일을 풀다
(1)
높은 단(壇) 위에 앉아 계시니 심심도 하시겠다.
그 사실 대책도 없이 물어서 오래 출출하신 당신을 찾아오신 대추벌 한 마리 불경스럽게 흐흐 그대 입술에 내려앉아 계시니
금동불상(金銅佛像) 당신의 입술이 야단스럽게 부으셨다
지리산 옆구리 깊숙이 좌정하고 계시는 당신이 대웅전 높은 단(壇) 입술 위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참에
청상(靑孀) 어머니 오체투지(五體投止)의 절, 오호라 달게 받아 드시면서 아랫배 방긋 부풀고 있는 중인데
대리석 섬돌에서 심심하신 고무신 한 켤레 나른한 하품 졸고 계신다.
그 가슴 왈칵 실리는 햇살, 낮잠 한 번 길게 주무시는 섬돌을 찾아오신 바람이 처마 끝 매달린 풍경을 댕그랑 댕그랑 흔들고 계신다.
이곳 금대암 오늘의 처지가 이와 같으니 이쯤에서 당신의 입술이 무슨 말이든 한 말씀하셔야 하겠다.
(2)
천년 세월 비바람 비빔밥 비벼서 달게 잡수신 적송(赤松) 한그루, 어깨를 늘어뜨려 내려놓으신 팔다리 가지를 떠나오신 산비둘기 한 마리
또르르 굴러 떨어진 풍경의 말씀 한마디 부리에 물고 푸드득 날아오르다가, 금대암 사찰(寺刹) 앞마당 바람 많은 허공을 빙빙 돌다가
천년바위 바람 터진 잔등 뿌리 내리신 전나무, 그 놈 참 튼실하게 자라 싱그럽구나, 중얼거리면서
우듬지 휘날리는 머리칼 하산하는 당신이 있다.
…………,
지리산 산자락 이름도 그럴듯한 다래원(多來園) 식탁에 앉아 삼계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계시는 사내
감출 수 없는 포만감(飽滿感) 졸음에 몰리는 동자승(童子僧) 동행(同行)의 아이를 그윽한 눈빛 지켜보고 계신다.
(3)
그때부터 수 천 년 세월이 흘러 지리산 옆구리 금대암 찾아오시는 사내가 수선화 같은 아내 한 분 모시고 와서
오체투지(五體投止)의 절, 108배(拜)를 달게 받아 드시다가 금동불상(金銅佛像) 하산(下山)하시다가 늙은 잣나무 그늘 드리우고 계신다.
그러니 그대는,
날 저문 뒤 차려지는 아내의 저녁 밥상에 여분의 수저 한 벌 올려야 하겠다. 사람의 뇌경색(腦梗塞)이 모시고온 실어증(失語症)을 만나야 하겠다.
높은 단(壇) 허공에 계시는 입술에 오늘도 불경스럽게 대추벌 한 마리 날아드셨으니, 그 입술 야단스럽게 부풀어 오르신 사내를 위하여
아랫목 구들장을 장작불 뜨끈뜨끈 지피는 것도 모자라, 뜨거운 숯불 화로(火爐)를 당신의 머리맡 신주단지로 모셔들여야 하겠다.
시집 『내 사랑 물먹는 하마』(시산맥사,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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