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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시인 / 지하 이발관
이십 리 길이 넘는 면내에 있던 이발관, 꼭 같은 이발관이 시장 골목길 지하에 있다. 퀴퀴한 냄새, 내 유년의 구석에서 피는 곰팡내와 알싸한 비누냄새에 현기증이 난다. 뿌연 거울이 비추고 있는 허름한 의자와 절단된 공간을 툭 툭 치며 돌고 있는 시계바늘, 늙은 이발사는 째깍 째깍 모데라토 가위질을 하고 있다. 평생을 가위질하며 지낸 장인의 몸짓이다. 겁 없이 물 밖을 꿈꾸는 지느러미 같은 머리뭉치가 그의 손아귀에서 움씰거리다가 잘리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이 있든 없든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한 올 한 올 신중하게 째깍 째깍, 물비늘처럼 일어선 머리카락을 자른다. 마무리 끝에 옷을 털던 그가 비눗물 거품을 내고 있다. 어깨에 올려놓은 신문지 조각이 떨리고 있다. 그의 칼질은 망설임이 없다. 사각사각 소리 들린다. 오돌토돌 돋아 있던 기억들까지 빈틈없이 잘린다. 잘린 꿈과 자유, 시퍼런 기억들이 물에 씻긴다. 지하에선 젖은 것들이 잘 마르지 않는다. 사각비누로 감은 머릿결, 빳빳하게 일어선다.
월간 『현대시학』 2014년 11월호 발표
김광기 시인 / 바람에 갇히다
바람 분다. 바람이 분다. 한여름의 푹푹 찌는 공간에서 좌로 우로 목을 비트는 잉여의 바람이 분다. 무더운 공간에서 텁텁한 기운으로 조금의 변통도 모르고 마른 날개 쥐어짜며 문제만 부풀리고 있는 선풍기,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저 바람개비가 때로는 주위를 서늘하게 한다. 변방에서 무더위에 찌들어 막막한 가슴들 그 서늘함에 몸을 댄다. 입김을 살살 부풀리며 한 숨 한 숨씩 조심조심 역풍의 바람개비 돌리지만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난기류 속에 다시 갇히고 있는 가슴들.
계간 『미네르바』 2011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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