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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월 시인 / 게놈지도
손바닥으로 바다를 뜬다 파래줄기가 하늘거린다 석쇠 위에다 엎었다 뒤집었다 구워낸 검푸른 지방도로 한 장 떨어져나간 왼쪽에다 의수처럼 붙여본다
고주파로 때려오는 눈발들
한낮 마당에 반듯하게 눕는다 눈의 미농지에 탁본 된 내 오른쪽 먹지 같은 왼쪽에서 탕, 탕, 탕, 탕, 빈 나뭇가지에 매달린 12월 몇 잎 파르르 떨다 떨어져 서해에 수장된다
파래김 한 장에다 구름에 가린 반쪽의 해를 싸서 먹는다
먹어도 먹어도 고픈 내 왼 쪽
시집 『B자 낙인』(예술가, 2014) 중에서
송시월 시인 / B자 낙인
달빛 우주복을 입고 달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요
태아로 웅크려 달달달 주문을 외우자 무중력으로 떠 올라요
달의 사생아인 나, 사식으로 들어온 별빛을 먹어요 환하게 열리는 500만개의 내 모공 태양동기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데 살짝 스치는 트리톤 표면에 크레바스가 생겨요 저 얼음동굴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 모래알 같은 말똥구리별들 반짝반짝 눈을 흘겨요 수많은 갤럭시들 X자로 꼬리를 흔들어요
배냇짓처럼 꿈틀 몸을 틀자 무한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나를 설산의 백발들이 휘감으려 해요
공처럼 둥근 파란 지구의 귀퉁이에 한 점 여자가 보여요 “희경아 고모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 라고 문자를 보내요 나보다 훨씬 늙어버린 토론토의 내 조카, 고향에 계신 중풍 앓는 아버지를 생각한 듯 록키산맥을 눈빛으로 밀어내고 있네요
칸,칸 불을 켠 커다란 물체 내 각막 안으로 꿈틀꿈틀 굴러와요 매일 밤 잠속을 달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 불빛에 매달려요 알혼섬은 보이는데 징기스칸의 무덤은 보이지 않네요
내 눈빛과 엉덩이 몽고반점이 내뿜는 빛, 오로라가 멋진 빛의 향연을 펼쳐요 빛살을 살찌우는 바이칼의 물빛 현란한 빛줄기 타고 달이 바이칼호로 사뿐 내려앉아요
내가 태어난 시월의 끝, 늦잠이 눈꺼풀에 방울방울 매달린 너무 춥고 어두운 아침 여섯시 발랄라이카① 물리듬에 맞춰 춤을 추어요 밤과 낮 사이 내 발바닥과 수심 사이 살얼음어둠이 바삭바삭 으깨져요 뭉클 젖무덤이 밟힌가 싶더니 나를 밀치며 해가 치솟아 올라요 아직 오물②을 만나지 못했는데 부글부글 끓는 파문이 허기진 나를 유형으로 내쳐요
우랄산맥, 굵은 자작나무팔뚝들이 마구 째찍질을 해요 나더러 소금밭이 되라하고 은이나 금이 되라 하네요 이놈의 우랄을 바이칼에 수장시켜버릴까 생각중인데 지질판이 흔들려요
쇠줄에 묶여 끌려오는 도스토에프스키 디보프스키③ 리디시체프를 비롯한 데카브리시트들④ “영광스러운 그대들 신성한 내 품에 안기라” 바이칼은 입술을 장엄하게 일렁거려요
(물질은 퍼 담고 인간은 내다버리는 곳, 시베리아) 시리디 시린 자유의 물빛으로 정화된 내가 원석처럼 뭉쳐져 굴러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달항아리 앞 알에서 갓 깨어난 나와 퇴화된 내가 합성 되어요 나의 이동경로와 자유의 성분을 정리한, 달이 쓴 서사 네게 전송되지 않네요
원석을 굴리면 달을 훔친 내 코에 B자⑤ 낙인이 선명해요
둥둥둥 북을 울려 달내림을 받으려던 내가 달을 부셔버려요
① 러시아의 전통악기 ② 바이칼호에 사는 물고기 ③ 폴란드출신 유형수로 수형이 끝난 후에도 시베리아 동쪽 끝이자 북쪽 끝인 캄차트카 반도에 들어가 의사로 활동하면서 지질학과 동물학 연구를 하였다 ④ 러시아의 전제정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농노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라디시체프의 저서 <페테스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에 동조하여 1825년 전제정과 농노제를 페지하고 입헌체제와 법치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무장봉기를 기도하다 실패한 러시아 최고의 지식인(시인 장교 귀족포함) 집단이며 2명은 차열형 5명은 교수형을 당했고 124명이 유형을 당했다 ⑤ 17세기기 후반 절도범에게는 얼굴에다 키릴문자 대문자 B자 낙인을 찍었다
시집 『B자 낙인』(예술가, 201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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