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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민석 시인 / 아르페지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7.

오민석 시인 / 아르페지오

 

 

  햇살이 너무 맑으니

  어디 초록 그늘에라도 가서

  속죄하고 싶다

  매혹의 푸른 열매에 넋 잃고

  돌아오지 않는 나를 불러

  로자 룩셈부르크의 죽음과

  아, 총성 속의 마지막 공포와

  결단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미친 서정시에 대하여

  말해주고 싶다

 

  몸이여, 나를 놓아다오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시인동네, 2015) 중에서

 

 


 

 

오민석 시인 /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누구는

  절반의 희망과

  절반의 절망을 말하지만

  지금 할 일은

  참혹한 시간 속으로 더 들어가는 것

  애인들은 등을 돌리고

  꽃들은 마침내 졌다

  지금 할 일은

  믿음, 희망, 미래, 이런 단어들을

  잠시 버리는 것

  더 혹독하게 살의 냄새를 맡는 것

  유령들과 작별하고

  염통의 지도를 다시 읽는 것

  아, 또다시 삶에 속은 자는

  지게를 지고 다시 생계를 향해 가네

  지금은 더 참혹하게 무너질 때

  알몸의 비극과 결혼할 때

  손쉬운 작별들과 작별할 때

  그러니 벗들,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시인동네, 2015) 중에서

 

 


 

오민석 시인

충남 공주에서 출생.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 시작. 시집으로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운 명륜여인숙』이 있으며, 문학이론서로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번역서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이 있음. 현재 단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