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시인 / 剩餘人間
내 꿈들이 매달려 있는 내 몸은 무겁다 언제부턴가 내가 내 몸을 끌고 다닌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내 몸의 뼈가 더 이상 만져지지 않았을 때 내 몸에 살이 붙고 불어난 나의 탄력 없는 살이 비곗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 앞에서 새삼스럽게 서글퍼지는 것은 그것이 대책 없이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그 미끈거리는 삶의 손아귀에서 자꾸만 빠져나가려 하는 현실감 없는 내 육체가 아직도 땅을 밟고 서 있어야 한다는 직립해야 한다는 그 치욕 그 치욕의 무게는 의외로 근이 많이 나간다는
시집 『모서리의 사랑』(세계사, 1999) 중에서
조윤희 시인 / 슬픈 모서리
타락천사 1
* 헤맬수록 왠지 나는 더욱더 쓸쓸하던 것이다 계집 하나 잘못 잡아먹고 목에 비녀가 걸린 채 고옥이 배회하는 그런 어떤 야윈 들개처럼 왠지 내 목구멍에도 그런 비녀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울음이 아니었을까도 모른다 - 박상륭-
비가 오는 날 나는 들개다 비루먹은 들개다 진창에 온 털을 적시고 물웅덩이에 비친 자기 몰골을 타인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웅덩이의 하늘을 마치 明鏡처럼 들여다보며 흙 속에 묻힌 수백 년의 세월을 닦아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목에 걸린 비녀를 우는 비(雨)녀(女)다 찌그러진 밥그릇에 담긴 자기 뼈를 핥아대고 있는, 조 윤 희
타락천사 2
혼 위에 뼈며 살을 입고 있다는 것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우나 그래도 그 탓에 혼은 좀 덜 추운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좁은 자는 자기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언제나 자기와 다른 것으로 보며 마음을 더욱더 오그려 쌓아 더욱더 좁은 것으로 만들려 한다 -박상륭-
온 들판을 흔들며 지나가는 들소들, 떼,떼,떼들, 그 들소 발굽 아래 자지러지는 개미 조 윤 희
타락천사 3
자기의 체신보다도 두 배도 더 큰 것을 그 체신 속에 넣어두고도 살쪄보이는 구석이 라곤 없는 늙으네는 더욱더 지쳐보였다 하기는 여러 곳에서 나는 삼천대천세계를 다 삼키고도 배가 고파 허리가 휘인 그런 늙은네들을 많이도 보아온 터이긴 했다 -박상륭-
들소떼들의 발굽 소리를 넣어두고도 잘록한 개미허리로 두 개의 세상을 만들어버리는 習性, 입과 항문 사이가 막혀 창자 속에서 독이 되는 똥 조 윤 희
타락천사 4
장소로부터 도망치며 어쩔 수 없이 장소로 드는 죽음, 습속으로부터 계속하여 떠나가며 그 습속 속에서 죽는 죽음, 스승의 어휘로는 계집으로부터 도피해가며 계집의 자궁으로 드는 죽음, 이런 병인은 진맥키 어려운 듯하다 - 박상륭-
자신 속의 幻滅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자기가 자기 내장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다시 토악질하는 바다 조 윤 희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硏究”에서 부분 발췌
시집 『모서리의 사랑』(세계사, 199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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