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시인 / 천사
짙은 눈썹으로 밤새가 운다
초사흘달 몸이 마르고 있다
어린 별들의 몸이 뜨겁다
별의 열 손가락끝, 새의 맨발이 만져진다
울음은 언제나 뜨겁고 슬픔보다 더 깊다
발목에 초사흘 달, 푹푹 빠진다
달의 잎사귀에 푸른 음악이 묻어 난다
별의 몸은 부서지지 않고 반짝인다
격월간 『유심』 2009년 9~10월호 발표
김성춘 시인 / 틈
틈이 고맙다 숨길을 터준다 숨길 없는 틈은 죽음이다 문과 문 그 틈새로 달빛과 별빛이 오고 꽃잎과 꽃잎 틈새로 벌과 나비 오고 악수하는 손과 손 틈 사이 입술과 입술 틈 사이로 달콤한 사랑의 향기 온다 새벽 다섯시와 새벽 네시 오십구분 오십구초 그 틈새로 푸른 새벽이 도착한다
틈을 사랑하는 나는 일하는 틈, 운전하는 틈, 틈 시를 읽고 시를 쓴다 오늘도 손녀가 '뽀로로' 티비 보는 틈새 잠시 틈을 내어 틈새 세상 바라본다. 틈이 고맙다 틈은 쪼개면 쪼갤수록 또 아름다운 틈이 생긴다
계간 『시안』 201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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