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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성춘 시인 / 천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1.

김성춘 시인 / 천사

 

 

  짙은 눈썹으로 밤새가 운다

 

  초사흘달 몸이 마르고 있다

 

  어린 별들의 몸이 뜨겁다

 

  별의 열 손가락끝, 새의 맨발이 만져진다

 

  울음은 언제나 뜨겁고 슬픔보다 더 깊다

 

  발목에 초사흘 달, 푹푹 빠진다

 

  달의 잎사귀에 푸른 음악이 묻어 난다

 

  별의 몸은 부서지지 않고 반짝인다

 

격월간 『유심』 2009년 9~10월호 발표

 

 


 

 

김성춘 시인 / 틈

 

 

  틈이 고맙다

  숨길을 터준다

  숨길 없는 틈은 죽음이다

  문과 문 그 틈새로

  달빛과 별빛이 오고

  꽃잎과 꽃잎 틈새로 벌과 나비 오고

  악수하는 손과 손 틈 사이

  입술과 입술 틈 사이로

  달콤한 사랑의 향기 온다

  새벽 다섯시와 새벽 네시 오십구분 오십구초 그 틈새로

  푸른 새벽이 도착한다

 

  틈을 사랑하는 나는

  일하는 틈, 운전하는 틈, 틈

  시를 읽고 시를 쓴다

  오늘도 손녀가 '뽀로로' 티비 보는 틈새

  잠시 틈을 내어

  틈새 세상 바라본다.

  틈이 고맙다

  틈은 쪼개면 쪼갤수록 또 아름다운 틈이 생긴다

 

계간 『시안』 2011년 여름호 발표

 

 


 

김성춘 시인

1942년 부산에서 출생. 1974년 《심상》 신인상에 〈바하를 들으며〉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방어진시편』外 다수 있음. 한국문협울산지부장과 경남문협부지회장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기획위원, 국제펜클럽울산펜회장. 신간각동인, 동해남부선동인, 시와언어동인, 울산수요시포럼동인. 울산대 시창작학과 주임교수. 경상남도문화상수상, 제1회울산문학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