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도 시인 / 나의 새
내가 인간세계에서 승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듯이 새의 세계에서 새들이 너를 부르는 이름을 알고 싶다 새들이 너를 부르듯 나도 너만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 ······· 승도야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창작과비평, 1999) 중에서
유승도 시인 / 가득하다
산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개의 짖음도 흑염소의 울음소리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돌담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날아가는 까치도 까치가 앉았던 살구나무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방밖으로 나서는, 아이의 목소리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하늘도 지우며 눈이 내린다 방금 내린 눈까지 지우며 눈이 내린다
시집 『차가운 웃음』(랜덤하우스,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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