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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흔복 시인 / 江南春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1.

이흔복 시인 / 江南春

 

 

산에 산에 두견 너는 어이 멀리를 우짖는다. 너는 어이 가까이를 우짖는다. 달 가운데 심어진 계수나무 그늘도 짙을러니 내 후생하여 너를 엿듣는 봄은 그렇게도 화안히 유난할 터, 경탄스럽다.

 

일찍이 내가 먼 곳을 떠돈 것이 내가 나를 맴돎이었으니, 미쳐 떠돎이 한결같이 쉬지 않았으니 도화는 붉고 오얏꽃은 희며 장미꽃은 붉다.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가끔 슬쩍 앞자리를 다투는 듯 나고 죽고 가고 옴에 먼저와 나중 없다.

 

날마다 당당(堂堂)하여 천천 만만의 산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앞에 서 있더니 어느새 뒤에 서 있다.

 

오늘 맑은 바람만 바람만 두루 불어 뿌리 없는 눈[眼] 속의 꽃을 오며 흩고 가며 흩으면서 그침이 없었으니 아름다웠던 날들은 점점 멀어지고 나는 홀연 서러워 진다.

 

계간 『신생』 2010년 봄호 발표

 

 


 

 

이흔복 시인 / 산 넘고 물 건너 두메나 산골

 

 

버들이 흔들 자라풀이 둥실 천할수록 모진 잡초 생명의 끈을 빠른 속도로 늘여놓는 바위늪굽이 물길 급한 여울목이 즐비하다.

 

한때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마음이 몸의 부림을 받고 멀리 떠난 이의 저 간절한 기도는 어디를 향한 것이냐.

 

얼룩조릿대 철쭉 편백나무 산죽은 널리고 널려 있어 새들을 불러 모으고 얼뜬 개구리 꽤나 오래도록 몸을 떨며 둥개는 고요한 밤 먼 하늘에 초승달이 외롭다.

 

계간 『신생』 2010년 봄호 발표

 

 


 

이흔복 시인

1963년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 경기대학 국문학과 졸업. 1986년 문학 무크지 《민의》를 통해 〈임진강>외 5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서울에서 다시 사랑을』(실천문학사, 1998)과 『나그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솔, 2007)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