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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박목월 시인 / 난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5.

박목월 시인 / 난(蘭)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蘭)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난(蘭).기타(其他), 신구문화사, 1959

 

 


 

 

박목월 시인 / 달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혹(或)은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시집 {산도화}, 1955)

 

 


 

 

박목월 시인 / 불국사(佛國寺)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

 

달 안개

물 소리

 

대웅전(大雄殿)

큰 보살

 

바람 소리

솔 소리

 

범영루(泛影樓)

뜬 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

 

바람 소리

물 소리


산도화(山桃花), 영웅출판사, 1955

 

 


 

박목월[朴木月, 1915.1.6~1978.3.24] 시인

본명은 영종(泳鍾). 1916년 경상남도 고성(固城)에서 출생하여 경상북도 경주(慶州)에서 자람. 1935년 대구 계성(啓聖)중학 졸업. 정지용(鄭芝溶)에 의해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청록집(靑鹿集)』(3인시), 『경상도가랑잎』, 『사력질(砂礫質)』, 『무순(無順)』 등과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 『밤에 쓴 인생론(人生論)』

그밖의 저서로는 『문학의 기술(技術)』, 『실용문장대백과(實用文章大百科)』 등이 있음. 1953년 홍익대학교 조교수, 1961년 한양대학교 부교수 및 1963년 교수, 1965년 대한민국 예술원(藝術院) 회원, 196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1973년 시전문지 『심상(心像)』의 발행인, 1976년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장 역임. 자유문학상, 5월문예상, 서울시문화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 1978년 타계.